[] 현대경제신문 - [김광웅의 가정법률] 일방적 '폭언·폭행' 반복, 더 이상 부부싸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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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6-05-1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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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던 A씨는 결혼 초부터 남편 언행이 거칠다고 느꼈다. 술을 마신 날이면 욕설이 심해졌고, 말다툼이 시작되면 벽을 치거나 물건을 던졌다. 시간이 지나자 남편은 생활비 사용을 일일이 통제하고, 김포시에 있는 친정에 오가는 것까지 문제 삼았다. 아이들 앞에서도 "가만 안 두겠다", "집에서 나가라" 등의 말을 반복했다. 결국 어느 날 A씨가 아이를 데리고 파주시에 있는 지인 집으로 잠시 몸을 피하려 하자, 큰아이 앞에서 A씨 팔을 거칠게 잡아끌고 휴대전화를 빼앗는 일까지 벌어졌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에서 참고 넘길 갈등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처음에는 말다툼과 욕설 정도로 시작되지만, 반복되는 △협박 △물건 파손 △생활비 통제 △신체적 위협 등은 결국 이혼, 양육, 주거 문제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이 정도는 참아야 하나"하며 버티는 사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그 영향은 배우자 개인에 그치지 않고 자녀 일상과 정서에까지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도 가정폭력에 해당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반드시 심한 상해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인 폭언, 협박, 위협적인 행동, 물리력 행사, 재산 파손, 생활비 통제 역시 사안에 따라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크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두렵게 만들고 일상을 위축시키는 행동이 계속됐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자녀 앞에서 이뤄진 폭력은 단순한 부부 갈등을 넘어 자녀 정서와 양육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막연히 참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남겨 두는 일이다. 상처가 있다면 병원에 가서 진료기록을 남기고 사진도 찍어 둬야 한다. 폭언이나 협박이 반복됐다면 문자, 카카오톡, 통화녹음, 112 신고내역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물건을 던지거나 부순 경우에는 파손된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메모해 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까지 남겨야 하나" 싶을 수 있지만, 막상 이혼소송이나 보호조치를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그런 자료 하나가 전체 경과를 설명하는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억울하다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폭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복됐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느냐에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면 단순히 이혼소송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판결 전이라도 당장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사사건에서는 사전처분을 통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양육과 생활에 필요한 임시 조치를 구할 수 있고, 가정폭력 사안에서는 접근금지, 퇴거 등 격리,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면접교섭 제한 같은 보호조치도 함께 문제될 수 있다.
그래서 가정폭력 이혼 사건은 단지 "나중에 이혼사유가 인정되느냐"라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 오히려 '오늘 밤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먼저 검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혼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혼인관계 종료만 볼 것이 아니라 자녀 문제와 생활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가정폭력은 위자료 사유에 그치지 않고 양육환경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별거나 이혼 이야기가 나온 뒤, 생활비 중단이나 재산 자료 은폐 같은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자녀 현재 생활상황, 주된 양육 경과, 생활비 지출 구조, 확보 가능한 재산 자료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일이라는 말로 덮어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혼인관계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녀 일상과 피해자 삶 전체를 흔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참는 것도, 감정적으로 맞서는 것도 아니다.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필요한 자료를 남기고, 필요하다면 접근금지나 사전처분 같은 제도를 통해 당장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 이후 이혼, 양육, 재산분할 문제를 차분히 함께 정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버티는 시간이 언제나 가정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더 늦기 전에 멈추고 법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자신과 아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출처 : 현대경제신문(http://www.fi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