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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 [김광웅의 법률산책] 면접교섭 이행명령과 면접교섭 제한, ‘정당한 이유’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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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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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이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다는데, 아이가 울면서 가기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나요.” 이혼 후 가사 상담에서 면접교섭 이행과 관련하여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종이에 적힌 약속과, 그 약속을 실제로 견뎌야 하는 아이의 마음 사이가 벌어졌을 때 문제가 시작된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사는 A씨는 초등학생 딸의 양육자다. 이혼조정으로 파주시 운정에 거주하는 아버지에게 격주 주말 면접교섭이 정해졌지만, A씨는 몇 년 동안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더 넉넉하게 아이를 보내 왔다. 그러던 중 아버지에게 새 연인이 생기면서, 아이는 “엄마 욕을 들었다”, “새벽까지 술 마시는 자리에 같이 있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면접 전날마다 배가 아프다며 울고, “아빠 집 가기 싫다”고 버티자, A씨는 몇 차례 설득 끝에 잠정적으로 면접을 중단했고, 이에 아버지가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여기서 쟁점은 단순하다. “조정조서대로 안 보냈으니 잘못이다”가 아니라, “이번 불이행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느냐”다. 민법은 면접교섭의 기준을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복리라고 정한다. 가사소송법은 조정조서 등으로 정해진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때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아이의 안전과 정서를 지키기 위한 불이행이라면, 그것은 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 수 있다.

실무에서 법원은 몇 가지를 함께 본다. 첫째, 그동안 면접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본다. 양육자가 오랫동안 성실히 협조해 왔는지, 오히려 조정문보다 넓게 허용해 왔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거부와 방해가 반복됐는지 본다. 둘째, 비양육자의 태도를 본다. 양육비를 제대로 내는지, 아이 앞에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하는지, 술·늦은 귀가 등으로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지 살핀다. 셋째, 아이의 구체적인 반응을 본다. 면접 전후 불안·두통·복통, 학교생활 변화, 상담기록 등 객관적인 변화가 있는지를 종합한다.

양육자 입장에서는 몇 가지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감정적으로 바로 “안 보내겠다”는 태도부터 취하기보다는, 문제가 된 언행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문자·카톡, 통화녹음, 학교·상담기관의 의견 등은 훗날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행명령 사건이 제기되면 “아이가 싫어해서 못 보냈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왜 잠정 중단이 불가피했는지, 그 사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제출하고, 가능하다면 면접교섭 제한·변경 심판을 함께 청구해 지금 방식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준비와 절차 진행은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양육자도 마찬가지다. 면접이 잘 안 된다고 곧바로 이행명령·감치부터 떠올리기 전에, 나의 면접 방식이 아이 입장에서 어떤 시간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아이 앞에서 상대 부모를 비난하거나, “엄마(아빠) 탓”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행동, 과도한 술자리와 늦은 귀가, 아이 의견을 무시한 강행 일정 등은 결국 본인의 면접 자격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한 번쯤은 겸손하게 수용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다면 먼저 정리해 주는 것이 이행명령보다 훨씬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때가 많다.

결국 면접교섭 이행명령은 상대방을 벌주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지금 이 방식의 면접이 여전히 아이에게 이로운가”를 법원이 다시 묻는 과정이다. 그 질문을 재판부보다 먼저 부모가 자신에게 던질 수 있다면, 이행명령은 갈등을 키우는 칼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두고 면접 방식을 다시 정비하는 기회가 된다. 아이가 훗날 기억하는 것이 주말마다 이어진 싸움이 아니라, 두 집 어디서든 존중받았던 시간으로 남도록, 면접교섭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