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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 [김광웅의 법률산책] 이혼소송 재산분할, 소송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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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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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혼을 결심한 건 아닌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금부터 준비해 둘 게 있을까요?”이혼 상담에서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큰 싸움이 터진 것도 아닌데, 배우자의 말투가 달라지고 돈 이야기를 피하기 시작하면 사람 마음이 먼저 알아챈다. ‘설마’ 하면서도, 막상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무섭다.

재산분할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통장에 얼마가 남았는지, 집이 누구 명의인지로 끝나지 않는다. 부부가 같이 살아오면서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디로 흘러가고, 무엇으로 바뀌었는지를 하나씩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그 설명이 이혼을 결심한 뒤에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록이 없으면 기억으로 싸워야 하고, 기억으로 싸우면 대개 억울한 쪽이 진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혼인 기간 내내 맞벌이를 했다. 집뿐 아니라 파주시 운정과 김포시에 있는 상가도 남편 명의였고, 대출도 남편 명의였으며, 보험과 주식 역시 남편이 관리했다. A씨는 “같이 산 세월이 있는데 설마”라고 생각하며 생활비만 꼬박꼬박 맡아 가계를 돌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남편은 “통장 좀 보자”는 말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고, “당신은 돈을 몰라서 그래”라는 말이 자주 튀어나왔다. 이혼까지는 아니라고 여겼지만 A씨는 불안해서 몇 가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단순했다.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빨랐고, 그 돈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리 준비해 둘 것은 거창한 증거수집이 아니다. 결국 일상을 조금 더 꼼꼼히 정리해 두는 습관이다.

첫째, 우리 집 재산의 지도를 한 번 그려두는 것이 좋다. 집, 전세보증금, 예금, 보험, 주식, 퇴직금, 국민연금, 대출. 이름만 적어도 된다.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소송이 시작됐을 때 절반은 덜 흔들린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재산분할은 특히 그렇다.

둘째, 큰 돈이 움직인 날은 이유를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이혼소송에서 가장 자주 싸우는 장면은 이것이다. “그 돈 어디 갔냐” “생활비로 썼다” “가족에게 빌려줬다” “투자했다.” 말은 쉬운데, 시간이 지나면 다 흐릿해진다. 큰 금액 이체, 반복적인 출금, 갑자기 늘어난 카드값. 그때그때 메모 한 줄만 남겨도 나중에 공백이 줄어든다. 공백이 줄어들면 억울함도 줄어든다.

셋째, 내 기여를 당연한 일로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 좋다. 재산분할은 돈을 누가 벌었는지만 보지 않는다. 누가 집을 유지했는지, 누가 아이를 키웠는지, 누가 배우자의 일을 뒷받침했는지 같은 사정들이 결국 재산분할 기여도를 결정한다. 문제는 가사·육아·내조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기록이 잘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가 한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 사실은 많다. 다만 잊힌다. 경력단절, 육아 부담, 병원·학교 일정, 배우자 사업 지원 같은 사정은 소송에서 말이 아니라 구체적 사정으로 살아나야 한다.

넷째, 평소처럼이 가장 큰 함정이 될 수 있다. 이혼을 결심하기 전부터 이미 증여나 자금 이전, 가족 지원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당시에는 별일 아닌 듯 넘어가지만, 나중에는 “왜 그 시점에, 왜 그 사람에게”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특히 갈등이 시작된 뒤 급하게 돈이 움직이면, 그 자체가 분쟁의 불씨가 된다. 모를수록 불리하고, 늦을수록 더 불리하다.

재산분할을 미리 준비한다는 말이 불길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준비는 이혼을 앞당기는 행동이 아니라, 내 삶의 바닥을 확인하는 습관이다. 모를 때는 불안이 커지고, 불안이 커지면 관계도 판단도 흔들린다. 반대로 내가 가진 것과 흘러간 것을 알고 있으면, 지킬 관계는 더 단단히 지킬 수 있고, 정리할 관계는 덜 억울하게 정리할 수 있다.

아직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더라도, 오늘 통장 한 번 보고 보험 한 번 확인하고, 큰 지출의 이유를 한 줄 적어두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다만 재산분할은 작은 기록 하나가 결과를 바꾸는 영역인 만큼,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이라도 필요하면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방향과 자료를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재산분할은 법정에서 말로 뒤집히기보다, 평소에 남겨 둔 기록과 정리에서 이미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