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별거 중 남편이 아이를 몰래 데려간 경우, 어떻게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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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6-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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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를 몰래 데려갔어요. 아이와 연락도 두절됐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요?”이혼을 앞둔 부부 사이에서 가장 치열한 갈등은 ‘아이’ 문제다. 이혼을 함에 있어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나눌 수 있지만, 아이는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을 전제로 별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쪽 배우자가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려가거나, 몰래 전학시키는 일은 감정적인 충격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직 법적으로 친권과 양육권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부모 모두가 자녀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만, 자녀를 무단으로 데려가는 행위는 자칫 자녀의 정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향후 양육권 결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별거 중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려간 경우의 법적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례를 보자.

파주시 운정에 거주하던 A씨는 남편의 부정행위와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결심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함께 고양시 일산의 친정으로 거처를 옮겨 별거를 시작했다. A씨는 이혼소송과 상간녀 상대로 상간소송도 동시에 준비 중이었는데, 몇 달 뒤, 남편이 유치원 앞에 찾아가 아이를 몰래 데려간 뒤 김포에 있는 본가로 데리고 가 버렸고, 이후 연락을 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례처럼 별거 중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려가는 행위는 단순한 양육 갈등을 넘어, 법적 조치를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위법한 상황’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가정법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며, 필요한 경우 다양한 법적 수단을 통해 이를 보호한다. 실무상 활용 가능한 주요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 인도 청구이다. 자녀가 부당하게 데려가진 경우, 가정법원에 자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자녀의 현재 생활환경, 부모의 양육 능력,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녀를 누구에게 인도할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조회나 심리상담 결과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며,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안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둘째, 접근금지 명령 및 임시조치 신청이다. 인도 명령 이후에도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접근하거나 정서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하여 일정 거리 이내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관할 경찰서장을 통해 긴급임시조치를 먼저 발동할 수도 있으며, 이 조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
셋째, 면접교섭 제한 또는 중단 조치이다. 상대방이 면접교섭권을 악용하여 자녀를 다시 데려가거나, 정서적 혼란을 유발하는 경우,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제한이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자녀가 반복적으로 불안을 호소하거나, 상담 결과 정서적 혼란이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에는 법원도 이러한 제한 조치를 적극 검토하게 된다.
사례에서 A씨는 자녀를 무단으로 데려간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관할 가정법원에 자녀 인도 청구를 신청해야 한다.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남편에게 자녀를 A씨에게 인도하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도 남편이 무단 접촉이나 연락을 시도한다면, A씨는 접근금지 명령 및 면접교섭 제한 신청까지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일관되게 “부모 모두가 자녀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만, 그 권리가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방식으로 행사될 경우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녀를 몰래 데려가거나, 무단으로 전학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복리 침해’로 평가되며, 이는 추후 양육권자 판단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양육자 지정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무작정 참기보다는, 자녀의 안전과 정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법원은 부모의 감정보다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가 충분히 제시될 경우, 신속하게 법적 보호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특히 별거와 이혼소송이 병행되는 상황에서는, 인도 청구, 면접교섭 제한, 접근금지 명령을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대응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며, 이혼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이런 상담을 할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쏟는 힘과 시간의 반만이라도, 아이가 혼란 없이 하루를 보내도록 쓰였다면 어땠을까. 함께 살 수 없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두 사람 모두 ‘내 편’이어야 한다. 전 배우자의 행동에 억울함이 치밀어 오를 때,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걷었던 날을 떠올려보자.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고,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가족이었다. 그 기억을 지켜주는 일, 그것이 지금 부모가 해야 할 법적 대응보다 먼저 챙겨야 할 마음일지 모른다. 그러니 괜한 판결보다, 따뜻한 기억 하나라도 더 남기는 쪽이 이기는 거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