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간 형사 성범죄 부동산사기 전문 - 법률사무소 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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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결혼 전 내 돈으로 산 집, 이혼 때 나눠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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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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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제 돈으로 산 집인데, 이혼하면서 반을 달라고 합니다. 이건 제 개인 재산 아닌가요?"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 사이에서 재산분할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혼인생활 전체에 대한 평가이자 정산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혼인 전부터 보유하던 부동산이나 예금, 또는 부모로부터 받은 증여나 상속 재산 등이 과연 재산분할 대상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른바 특유재산과 그에 대한 기여도가 재산분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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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운정에 거주하는 A씨는 결혼 2년 전, 자신의 명의로 고양시 일산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후 배우자와 혼인한 뒤 그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며 약 12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아내는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 왔으며, 혼인 중 아파트 대출의 일부 상환과 인테리어 비용 역시 부부의 공동생활비에서 충당되었다. 그러던 중 A씨의 불륜이 발각되었고, 아내는 상간녀를 상대로 상간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A씨를 상대로도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A씨는 “그 집은 결혼 전에 내가 단독 명의로 구입한 것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가정법원은 이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이다. 반면, 혼인 전부터 보유하던 재산이나 상속받은 재산, 혼인 중 단독으로 증여받은 재산 등은 일반적으로 ‘특유재산’으로 분류되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여기에 예외도 있다. 혼인기간 동안 해당 특유재산이 유지되거나 증식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상당한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 그 특유재산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기여도 판단은 단순히 경제적인 투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집값 상승처럼 외부 요인에 의해 재산이 증가한 경우라도, 배우자가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함으로써 상대방이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이는 간접적인 기여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또한 특유재산에 대한 대출을 공동 자금으로 상환했거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 경우에도 재산의 유지·증식에 대한 공동 기여가 있다고 보아,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례에서 보듯, A씨의 아파트가 혼인 전에 취득한 특유재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혼인기간이 10년을 넘고, 아내가 전업주부로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해 왔으며, 대출금 일부와 인테리어 비용이 공동생활비에서 충당된 정황이 있다면, 법원은 일정 비율의 재산분할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혼인 중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재투자하거나, 공과금을 납부한 내역, 생활비 분담 등은 배우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작용한다.

결국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명의가 아니라, 해당 재산의 유지와 증식 과정에서 상대방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본인 단독 명의의 재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명의가 없더라도 실질적인 기여가 인정된다면 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핵심은 혼인기간 동안의 생활 전반과 금전적 기여의 흐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부, 계좌 거래 내역, 카드 사용 내역, 수리비 영수증 등 다양한 생활 자료를 평소에 세밀하게 정리하고 확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산분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상대방 재산의 형성 경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혼인 전후 자금의 흐름을 분석하여 해당 재산이 특유재산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고가의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포함된 경우, 단순히 명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이혼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사노동과 육아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기여’ 역시 법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기여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는 과정이 재산분할의 핵심이 된다.

‘결혼은 사랑으로 시작되지만, 이혼은 계산으로 끝난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결혼 전에는 "내가 사는 집에 함께 살아도 좋다"고 말했지만, 이혼할 때는 "내가 산 집이니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하지만 법은 말보다 사실을 본다. 명의는 참고일 뿐, 결국 중요한 건 그 집을 함께 지켜온 시간과 기여다. 누가 더 오래 참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함께 만들었는가가 재산분할의 기준이 된다. 사랑은 나눌 수 없지만, 재산은 나눠야 한다. 법정에서는 특히 그렇다. 결혼이 인생의 선택이었다면, 이혼은 인생의 정산이다. 그리고 그 계산서에는 당신의 이름도 분명히 적혀 있을 것이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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