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간 형사 성범죄 부동산사기 전문 - 법률사무소 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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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매거진 칼럼 [김광웅의 법률산책 - “이혼한 줄 알았다”는 상간녀, 과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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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율민 작성일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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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돌싱인 줄 알았어요. 같이 사는 사람도 없었고, 혼인관계는 이미 끝났다고 했어요.”상간자 위자료 소송에서 피고가 가장 흔히 내세우는 항변 중 하나는 ‘혼인관계가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간소송에서는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 “이미 협의이혼을 했다고 들었다”는 식의 해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항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간녀·상간남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자주 제기되는 이 같은 항변이 법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판단되는지를 살펴보고, “상대방이 기혼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 과연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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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이 야근과 출장을 핑계로 자주 외박을 하고, 카드내역과 통화기록을 숨기기 시작하자 의심을 품고 전문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남편은 파주시 운정의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 B씨와 수개월 전부터 불륜 관계를 맺어왔고, 김포시의 한 원룸에서 사실상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A씨는 상간녀 B씨를 상대로 상간 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그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고 말해 이혼한 사람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런 경우, 가정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 법원은 상간자의 책임을 단순히 "몰랐다"는 말만으로 면제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즉 조금만 살펴보았더라면 상대방이 유부남 또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남편은 여전히 본처와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지에 등록되어 있었고, 자녀들과 함께 실질적인 가족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또한 휴대폰에 배우자와 자녀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었고, 카톡 프로필 사진에 가족사진이 게재되어 있어 상간녀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편이 이혼했다는 말 외에는 그 어떠한 증빙자료도 상간녀가 요구하거나 확인한 바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법원은 이에 따라, B씨가 설령 A씨 남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회인으로서 최소한의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혼인관계는 여전히 실체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간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상간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혼인관계가 이미 끝난 줄 알았다’, ‘이혼했다고 들었다’는 항변이 실제로는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면책사유가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외도 행위의 시점에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자 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한편, 상간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원고 측에서도 부정행위 시점에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며, 문자·SNS 내역, 통화기록, CCTV 등 가능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통해 배우자와 동거 또는 밀접한 교류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간자 항변이 예상되는 경우, 배우자가 본인의 혼인관계를 상간자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 어떠한 정황에서 불륜관계가 시작되었는지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확보해야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최근 법원은 단순한 ‘진술’만을 근거로 면책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므로,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반 대응 전략을 잘 세울 것을 추천한다.

상간소송에서 “이혼한 줄 알았다”는 항변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문제는 그 항변이 법정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다.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해서, 법까지 눈감아 주지는 않는다. 혼인관계는 때로 냉장고에 붙은 가족 여행 마그넷 하나로, 식탁 위 나란히 놓인 두 사람분의 젓가락으로, 주차장에 함께 세워진 배우자 명의의 차량으로도 충분히 확인될 수 있다. 아이가 없다고 하면서도 태블릿에는 ‘초등 수학문제집’이 즐겨찾기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 과연 그런 정황들을 보면서도 그가 미혼이라 믿은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정은 순간의 판단을 흐릴 수 있지만, 혼인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했어야 했다. 상대방의 말만 믿고 그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은, 결국 법이 책임을 묻는다. 사랑은 찰나였지만, 타인의 가정은 깨트린 책임은 그보다 훨씬 오래 남는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출처 : 시사매거진(https://www.sisamagazine.co.kr)